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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년 8월 슬로바키아 샤모린에서 열린 13∼15세 선수들이 나서는 국제수영연맹(FINA) 제1회 세계 유스 아티스틱 수영 챔피언십 대회에서 허윤서(16·압구정고1·당시 14세)가 솔로부문 규정 및 자유종목에서 최종 5위에 이름을 올리자 장내가 술렁였다.
관계자들은 예선에서 허윤서가 5위로 상위 12명이 나서는 결선에 올랐을 때만 해도 ‘이변’ 정도로 여겼다. 하지만 그가 미리 보는 올림픽으로 꼽히는 이 대회에서 ‘톱5’를 거머쥐자 보는 눈이 달라졌다.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. 아티스틱 수영 선수 출신으로 당시 대한수영연맹 임원이던 박지영 전 부회장은 “주요 대회에 갈 때마다 ‘좋은 선수를 길러낸 비결이 뭐냐’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. 한국이 불모지 취급을 받아왔는데 뿌듯했다”고 회상했다.
아티스틱 수영 유망주 허윤서는 두 살부터 발레를, 6세부터 수영을 배웠다. 두 종목 모두 좋아해 초등학교 1학년 때 ‘수중 발레’로 불리는 아티스틱 수영을 시작했다. 국내 아티스틱 수영의 대모로 꼽히는 김영채 전 한국여성스포츠회장에게 기본기를 배운 그는 입문 1년 뒤부터 국내대회를 평정했다.
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“전 세계에서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또래들이 모인 시합에서 내가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”고 말했다. 성인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15세를 앞둔 그해 말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2위에 오르며 공식 태극마크도 달았다. 지난해부터는 대한체육회가 16개 종목에서 엄선한 ‘스포츠 유망주 20인’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.
수영 종목 중 가장 화려해 보이는 아티스틱 수영이지만 물에서 음악에 맞춰 여러 동작들을 선보여야만 한다. 이를 위해 수중훈련뿐 아니라 발레, 춤, 연기, 웨이트트레이닝 등 다양한 훈련은 필수다. 대회 날에는 머리칼을 고정하기 위해 머리에 젤라틴을 녹여 덧칠한다. 그는 “여러 부분들이 잘 어우러질 때 좋은 퍼포먼스가 나온다. 몸이 힘들 때도 있지만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것 같다”고 말했다.
평소에는 말도, 행동도 느린 편이지만 가장 높게 평가받는 부분이 ‘연기력’이다. 박 전 부회장은 “아티스틱 수영에서 예술점수가 40%의 비중을 차지해 연기력은 매우 중요하다. 허윤서는 평소 선해 보이지만 물에서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라진다”며 “단점도 장점으로 바꾸는 집요함이 있어 성장 잠재력도 좋다”고 말했다.
올 시즌도 국내 고등부 무대를 평정했던 허윤서는 26, 27일 열리는 대표선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. 내년에는 세계수영선수권(5월), 아시아경기(9월) 등 올림픽 못지않은 주요 대회들이 있어 이번 대표선발전은 중요하다. 하지만 그에게 어떠한 초조함도 찾아볼 수가 없다.
“국내에도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 (듀엣 종목 정규멤버 자격이 주어지는) 2등 안에만 들면 바랄 게 없겠어요. 그리고 열심히 훈련해서 아티스틱 수영을 좀 더 많은 분들이 아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.